• 경제토론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오해와 편견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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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호 379428 | 2008.11.14 IP 129.25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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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물게 정부 당국에서 잘 한일이 하나 있습니다.

금감원에서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워인컴펀드" 의 손해 50%를 배상하라고 판정한 일입니다.

 

저도 이 펀드가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는데 좀 애 먹었는데 아주 전형적인 파생금융상품이더군요.

이 상품의 만기는 6년 으로서  2005년 말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3개월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1.2%포인트'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안정적인 수익상품으로 소개 된 정말 전형적인 파생금융상품입니다.

 

여기서, 피해를 보신 분들이 간과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는데, 첫번째 5년만기 국고채 금리..운운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되어 있으면 펀드가 국고채에 많은 지분을 투자하는 펀드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아니거든요. 있다가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뭐냐하면, 은행 금리가 저금리 상태가 되다 보니,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주로 외국계 은행에서 발행해서 들어온 이런 파생금융상품이나 각종 금융상품들을 수입해와서,  고객들에게 판매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금리니까 당시 미래에셋 처럼 고수익 리턴을 해주는 펀드들에게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는 턱 없이 경쟁력이 모자랐으니까요.

 

그리고 한국의 은행들은 판매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련 금융상품을 판매한 판매사가 파산할 경우 그 손실을 어떻게 부담하느냐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기회가 되면 다른 글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설명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거 소위 "리먼 익스포저"라 해서 확실하게 그 규모가 밝혀진 바 없는 부분이다 보니..)

 

여기서, 은행 창구직원들은 가급적 인사고과에 유리한 펀드를 판매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이런 종류의 파생금융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있지요. 특히 아직 우리나라에서 은행 창구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주로 보수적인 운용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행 창구직원들 입장에서 이런 파생금융상품 펀드를 판매하는데 성공하면?

인사 고과 평점이 확 올라갈 겁니다.

어쨌든 펀드 판매 실적이 좋으면 창구 직원들 인사 고과에 좋은 평점이 나오니까 일단, 손님만 오면 펀드 가입하라고 재촉을 하지요.

 

문제는...

창구직원들도 자신이 판매하는 펀드의 성질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첫번째 위에서 봤을 때 "기초자산...." 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펀드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펀드 입니다. 당연히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박 날 수 있는 펀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대박 이익의 대부분은 누가 가져갈까요?

당연히 미국의 투자은행과 한국의 판매 은행이 계약에 따라 가져가지만, 대부분 미국의 투자은행이 가져갑니다.

 

하지만, 한국의 손님들은 어이구 정기예금 보다 2%는 더 받을 수 있네..하고 그 부분만 보고도 좋아라 하십니다. 그 금리가 얼마?

5년 만기 국고채 금리+1.2%포인트

 

아고라 경방에 계신 분들은 이제 CRS-IRS가 익숙하시지요?

이런 파생금융상품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 어떤 식으로 한국에 판매 될까요?

한국의 펀드 투자액을 달러로 바꿔서 미국으로 보내고 미국에서는 수익을 원화로 바꿔서 한국으로 주나요? 아니지요, 당연히 CRS-IRS를 통하여 서로 주고 받게 됩니다.

 

당시는 2005년 입니다. 한국에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 올 때 입니다. 그래서 스왑 베이시스나 포인트도 한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을 때 입니다.

 

한국의 은행들은 펀드에 가입한 펀드 조성액을 가지고 5년물 국채를 샀을 것이고 또한 이를 담보로 91일물 CD를 판매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한 미국의 IB는 자신들이 만든 금융상품을 CRS-IRS를 통해 서로 금리 스왑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5년 당시에는 스왑 베이시스가 매우 작거나 플러스였기 때문에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플러스 금리가 붙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은행은 CD를 판매를 통해 얻게된 수익을 여기에 좀더 가져다 붙이면 됩니다.

보통 5년물 국채와 CD와의 금리차이는 2005년 당시에는 잘 모르겠는데, CD 쪽 금리가 보통은 더 높습니다. 한 1% 가깝게 났을 것입니다.

 

즉, 3개월 마다 이자 수익이 들어오는 것은 91일물 CD를 발행해서 들어온 이자 수익이고 거기에 금리 스왑을 통한 차이 정도가 덧 붙여져 고객에게 이자 수입으로 들어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금융상품이 왜 파생금융상품이냐?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 자산"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기초자산이라는 말이 있으면 이것은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미국과 유럽의 유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금융상품을 운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미국과 유럽 우량주의 선물-옵션 투자를 통해 운용되는 펀드 인 것입니다.

 

아마도 창구 직원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에 투자 하니까 설령 손실이 나도 크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국고채 금리에 1.2%를 주니까 당연히 국고채에도 투자 되어 운용되므로 설령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국고채 이므로 국고채는 나라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지급되므로 나라가 파산할 확률은 0.02% 이므로 이는, 매우 안정성이 높은 펀드다..."

 

그래서 가끔 은행에 갈 일이 있는 저도 펀드 가입 권유를 받고는 하는데, 솔직히 짜증나거든요... 그런데 이런 식의 파생금융상품 펀드를 함부로 권유할 때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자세히 읽어 보면 분명 파생금융상품이 맞거든요. 그런데, 아니라고 하시는 창구 직원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은행이 이러면 정말 안되죠.

 

요즘은 이 판정 때문에 모든 은행들이 비상이 걸렸다고 하네요...

펀드 판매할 때 30분씩 설명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거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외국에서는 몇 시간이고 합니다. 심지어 해당 펀드의 파생금융상품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수식을 통해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님한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냐 하면...

 

한국에서 파생금융상품의 발달이 정말 너무 뒤쳐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을 보시지요.

 

 

 

이 그림은 파생금융상품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입니다.

여기서 빨간색 화살표로 나타난 부분이 한국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파생금융상품 개발 부분입니다.

사실, 파생금융상품도 아니지요. 유동화 증권, 즉, ABS 만드는것은 파생금융상품이라 볼 수 없거든요. 결국 주가선물, 외환선물, 금리선물 정도가 한국에서 만들어 질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에서는 기초자산으로 부터 직접 파생금융상품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처럼 그렸습니다.

 

왜 그렇게 그렸냐 하면, 원래 파생금융상품이 나오려면 금융상품에 상한가나 하한가가 없어야 합니다.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많은 경우 그렇습니다.

 

즉, 기초 자산 중 주식같은 경우 한국에서는 상한가와 하한가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파생금융상품을 만들기가 곤란해 집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파생금융상품들이 많은 경우 블랙-숄즈 방정식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는데, 해당 방정식의 전제 중의 하나가 기초자산의 가격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가정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한가와 하한가가 있을 경우는 정확한 파생금융상품의 가치 산정이 어려워지므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좀더 깊이 얘기하면, 이자율 파생금융상품 계산에 사용하는 HJM 모델이나 BGM 모델을 수정해서 산정해야 합니다만, 그것도 근사 모델이지 정확한 모델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하한가가 있을 경우 기초 자산의 가격은 arc-tangent 함수를 따르는 기초자산을 기본 방정식으로 하여 유도해야 하는데 이거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많은 경우 주가의 상-하한가 제한이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가에 상 하한가가 없는 경우 주가지수는 시간이 흐를 수록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한번 미국의 주가지수를 굉장히 장기적으로 즉, 1945년 이후 현재까지를 살펴보시면 실제로 그런 식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가에 상하한가가 있는 나라에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통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만들겠다고 하는 거 보면, 한국 사람들 정말, 겁이 없는 것인지 뭣을 모르는 것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통법이 아니라, 파생금융상품 감독과 규제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다듬고, 그리고 전문 감독기구를 설치하고, 감독 인력을 키워내고 확충하는 일입니다. (물론, 자통법내에 파생금융상품 감독과 규제에 관한 법률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소위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자통법을 통해 한국형 IB 혹은 요즘에는 말을 바꿔서 유니버셜 뱅킹(UB)를 하게 된다면, 사실상 한국금융은 선진국 은행에서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나 멋도 모르고 수입해서 대행 판매하는 거대한 금융 수입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재와 같은 금융경색 상황에서는 자통법의 효과도 떨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오히려 주식시장의 상하한가 폭을 더 점차 더 넓혀 자통법이 발효될 시기 쯤에는 아예 주식시장의 상하한가 폭을 없애는 것이 한국 금융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이는데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한국의 은행원들 수준은 분명히 한 차원 더 높여져야 합니다.

창구 직원이 펀드를 판매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이때 한 차원 더 높은 은행원들의 수준이라 함은....

적어도 2차 편미분 방정식을 풀어 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래야 파생금융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왜? 6년 짜리 파생금융상품은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최장 1년짜리 파생금융 부터 하나씩 배워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런 상품이 없다고요? 외국에서는 이제 그런 기초적인 거 안 파는가 봅니다.

하지만 기본도 안되면서 도약을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입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John C Hull의 "Options, Futures, & Other Derivatives"를 끝까지 읽고 이해하는 증권맨들이 과연 여의도에 몇이나 있을까?

 

마지막으로 지금은, CDS 때문에 전 세계 동네북, 아니 악중의 악이 된 파생금융이지만, 사실, 파생금융은 굉장히 유용한 금융 도구 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파생금융이 발달했다면, 지금처럼 이른바 고금리 대부 업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거나 힘들어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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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요즘 나오는 대책들 보면, 결국 10년전으로 되돌아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채권펀드 보면, 아무리 정부가 부정하려 해도 이거, 당시 이헌재 금감원장 작품이거든요...

사실, 1998년 부터 2001년까지 한국의 각종 경제대책들은 정말 참고할 것이 많은 금융 위기 대응에 대한 바이블입니다. 개중에 실패한 것도 있고 성공한 것도 있습니다.

 

요는 결국, 한국은 성공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부정하는 한, 한국은, 절대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건설사 구조조정 부분은 당시 한국의 은행 구조조정에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벌써 의지가 티미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면... 결국 내년 초에 큰 일 터질 것입니다.

 

솔직히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이라 함은 "2005년으로 컴백" 이었고, 그게 안된다는 것을 이제사 겨우 깨달은 상태입니다.

 

시장은 그리고 다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거 캐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Posted by kev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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