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환율이 왜 오르나(쉬운 설명, 고수는 볼 필요 없음) [20]
- Reika
오늘 아고라에 들어와 보니, 대 엔화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 군요.
1. 상당히 오래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일본의 내수시장 규모는 우리 나라보다는 큽니다만, 현재의 일본경제 규모를 지탱해 줄 만큼의 크기는 아닙니다. 동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그러하였듯이 일본도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현재의 성장을 달성하였습니다. (일본 경제는 2007년 기준 2,105.3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2000년 이후로도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습니다.)
잘나가던 일본경제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로 경제 전 부문에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습니다.(버블의 발생원인은 나라마다 다르고 한가지로 정리될 수는 없지만, 일본 경제에서 버블의 발생원인은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유동성의 과잉공급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즉 많은 달러가 일본내로 유입되고, 이 것이 엔화로 환전되어 시장내에 풀리는 현상입니다)
버블이 유지되고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버블이 터지기 시작하였고, 일본경제(특히, 내수 부문)는 오랜 불황의 터널로 진입하게 됩니다.
2. 문제는 이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책입니다.
계속해서 설명하는 일본정부의 대책은, 현 시점까지도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많으면, 그 가격이 내려가야 정상입니다. 일본경제는 위와 같이 막대한 경상수지흑자를 내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므로, 당연히 달러화 대비 엔화의 환율이 올라야 했습니다(달러값이 떨어지고, 엔화값이 올라야 했습니다). 즉 일본 정부는 엔화의 평가절상 흐름을 유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줄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수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해외시장 규모까지 축소시키는 것은 일본 경제에 한가지 짐을 더 지우는 셈이었으므로 일본의 정책 당국은 위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없었으며, 낮은 엔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투입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금리인하'(2006. 5.까지 0%의 기준금리 유지)와 '외환거래의 완전 자율화'였습니다. (일본과 주요국의 정책금리 차는, 2004. 12. 기준 미국과는 2.25%, 유럽연합과는 2%, 한국과는 3.25%였고, 2006. 12.기준 미국과는 5%, 유럽과는 3.25%, 한국과는 4.25%, 2007. 4.기준 미국과는 4.75%, 유럽과는 3.25%, 한국과는 4%의 차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3. 이러한 정책은 국제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 까요.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이자가 낮은 곳에서 이자가 높은 곳으로 흐릅니다. 또한, 일본은 사실상 1990년대까지 국내 투자는 이미 완료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산업이 고도화될 대로 고도화된 나라입니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를 통하여 일본으로 흘러 들어온 돈은 일본 국내에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였고, 이 돈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국내에 담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본 정부는 제로금리정책과 외환거래자율화를 통해 이를 강제로 국외배출하게 됩니다.(일본이 위와 같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저환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크게는 4가지의 자금흐름을 타고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나갔습니다. 즉, 헤지펀드에 의한 엔화 차입 및 엔화선물매도, 일본 국내 개인 및 기관투자가에 의한 해외증권투자 및 외화예금, 일본국내 개인투자가에 의한 외환선물거래, 해외 개인이나 기업(은행 포함)에 의한 엔화차입 등입니다.(이게 그 유명한 '엔캐리트레이드'입니다)
위와 같이 흘러나간 돈은 어디에 사용되었을 까요. 이 돈은 달러로 옷을 바꿔입고 전세계로 흘러나가 전세계국가에서 부동산, 증권, 현물 시장 등에서 '유동성장세'(다른 말로는 '버블')를 만들어 냅니다. 그 중 많은 돈이 미국의 첨단화된 금융기법을 타고 증권화(유동화)된 모기지채권에 투자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미국의 경기하락과 고금리 정책으로 영향으로 부동산에서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였으며, 위기의식을 느낀 금융기관들이 투자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하였고,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자만 물고 있을 수 없으므로 이를 일본에 갚기 시작합니다.(전세계에 뿌린 돈을 회수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게 '글로벌 금융경색'입니다)
돈이 회수될 때의 흐름과 경향은, 돈이 투자될 때의 흐름`경향과 정반대의 경향을 보입니다. 돈이 투자될 때에는 엔화가 달러로 옷을 갈아 입었으므로 일본외환시장에서는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며, 투자 대상국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공급되고 투자국 통화의 수요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돈이 회수될 때에는 반대로 투자대상국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고(우리 외환시장의 '달러강세'), 일본 및 자금 운용국 외환시장에서는 엔화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에 외환문제가 끼게 되면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엔고의 흐름이 발생하면 엔화를 빌린 자금운용 주체들은 엔화상승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더 자금 회수 및 엔화자금변제에 목줄을 걸게 되고, 이는 다시 엔화의 상승을 유발하게 됩니다.(이게 현재의 '엔고현상'이고, '엔캐리트레이드의 청산'입니다)
4. 눈치가 있으신 분들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지금 거대한 흐름으로 일본으로 흘러 들어간 돈은 언제가는 다시 일본에서 나와야 합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이 돈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미네르바님이 말씀하시는 '노란토끼'입니다)
아! 이해된다 - '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