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위기의 한복판에서.
- 아침이슬 passion****
금융부문의 위기는 항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대증요법으로 끝내버릴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더욱 장기적인 문제로 남아버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위기의 문제들에 대해서
나는 이곳 아고라에 굉장히 현 위기의 전개와 근접한 이야기들을 주로 했다고 생각한다.
FOMC에 관한 이야기,
CPI의 상승의 시간적 간격에 관한 이야기,
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
특히 국채직매입에 관한 예측 언급은 기억에 상당히 남는다.
사실 예측이 맞아 들어간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까지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더 기분이 좋은 일이니까.
어렵더라도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에 대한 맹신도 금물이듯 다른 사람들에 대한 맹신도 금물이다.
금융시장에서 믿을 사람은 스스로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특히 이곳에서 고수라 불리우는 두 사람 모두 허접한 내가 보기에도 부족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자상하고 따뜻하고 가끔은 시원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주제를 넘어선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나에게 정성껏 질문했던 어떤 분을 위해서 세일러를 강력히 비판했던 글을 올린다.
이런 세일러가 현 위기를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너희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틀려버릴 가능성도 높은 것이고 맞는다고 해도 문제인 것이다.
Kramer가 말하듯 세일러는 스스로 화폐금융에 관한 이야기를 소화해낼 수준이 아직 못되기 때문이다.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표현은 절대로 모욕을 주기 위한 발언이 아니다.
사실 자체를 언급하는 것일뿐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부수적인 일이며 그 점은 안타깝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진실은 휘황찬란하게 빛이 나는 법이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대 위기의 한복판에서 너희를 위한 등대가 암초를 가리키고 있는데.
어찌 나서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망국의 운명은 충신들이 바꿀 수 없다고 했던가?
마지막 순간 사이비 종교와 협잡질이 난무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일뿐.
아고라여. 고수놀이는 그만하자.
누구도 너희를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항상 의심하고 뒤를 돌아보고 미심쩍은 면에 대해 점검하자.
그래도 너희들은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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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정성스레 질문하시니 제가 죄송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최선을 다해 제 주관적 입장에서 세일러님의 글을 강력하게 비판하겠습니다.
이것은 소중한 사람님의 세일러님의 비판이 왜 비판이 될 수 없는지도 설명되는 글이 될 것입니다.
세일러님이 먼저 제 1편인 은행은 이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은 통화승수모형입니다.
이것은 본원통화의 추가적인 공급이 없이 부분 준비금으로 어떻게 은행이 통화량을 늘려나가는 것인지 간단하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델입니다.
위 모델의 전제조건은 세가지가 있습니다.
1. 민간은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전액 예금을 한다.
2. 지준율은 고정되어 있다.
3. 은행은 지준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전액 대출에 사용한다.
이 세가지 전제조건이 붙은 상황의 통화승수모형이 바로 세일러님이 1편에서 설명한 은행은 이자를 창조하지 않는다는 글의 내용입니다.
위 모형을 조금 변형시켜서 민간이 현금을 일부 보유한다는 전제를 세워도 전체적인 통화승수모델자체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논의의 편의상 위 모형에 따라 설명을 하게 됩니다.
소중한 사람님은 위 모델에서 벗어나는 논의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세일러님의 주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박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소중한 사람님께 이미 드렸고 소중한 사람님의 지적도 타당하지만 세일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일러는 제가 지적한 부분의 주장들은 모두 굉장히 간략하거나 논점을 회피하여 끝내버리고 있습니다. 본원통화가 적기 때문에 별 상관 없다, 중앙은행도 분식회계를 할 수 있다 등등의 반박거리조차 될 수 없는 근거들을 들어 반박이랍시고 말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위 모델에 따르면 은행은 레버리지 형태로 신용통화를 창조하기 때문에
내재적인 불안정성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이러한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시 말해 시장 안정을 위한 기능을 갖고 이것을 최종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의 기능이라고 말합니다.
수식을 굳이 동원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이러한 통화승수모델에서 중요한 변수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통화회전율과 중앙은행의 본원통화공급량 입니다.
그런데 통화회전율은 경제상황에 따라서 경제주체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관계로
중앙은행의 본원통화공급량이 위 통화승수모델의 최대변수가 됩니다.
사실 최근의 학설의 흐름은 민간주체들의 통화창출능력의 증대로 인하여 중앙은행의 본원통화공급 조절을 통한 통화량 조절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주된 통화량 조절기능을 본원통화공급 여부에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세일러님의 두가지 반박 아닌 반박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1. 세일러님의 첫번째 주장은 중앙은행도 항상 이익을 보는게 아니라 적자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이자를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항상 성립하는 것이 아니므로 중앙은행이 이자를 시장에 공급하는지가 자신의 주장을 뒤엎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일러님의 주장은 본인이 위에서 설명했던 것들, 다시 말해 본원통화를 국채를 담보로 대출하여 공급한다는 전제조건을 넘어서버리는 또다른 논의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적자를 보는 경우, 다시 말해 한국은행이 적자를 보는 경우가 실제로 2003-2007 이었던가로 기억되는데 하여튼 상당기간 있었습니다. 이러한 적자의 원인은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을 통한 통화량 흡수시 지급해야 하는 이자분이 누적되어 한국은행의 적자로 계산되게 된 것에 기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세일러님의 주장인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대출을 통해서만 공급한다는 전제조건을 넘어서 버리는 논의가 새로이 시작되는 것이고 이것은 스스로의 주장을 스스로 반박하는 꼴이 되어버립니다. 통안채의 이자지급을 통한 본원통화공급은 결코 대출을 통해서 공급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 두번째로 세일러님이 반박하신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세일러님은 (1) FRB와 한은은 정부에게 이윤을 납입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2) 그리고 분식회계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3) FRB가 보유하는 국채의 양이 전체 국채의 양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식회계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확인된 바 없으며 분식회계를 했다고 단지 추정할 뿐이고 추정의 근거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논의의 가치도 없습니다. FRB가 보유하는 국채의 양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하는데 FRB가 국채를 보유하는 이유는 대부분 공개시장조작에 쓰기 위함입니다. 물론 통화량 증감 자체를 조절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쨌든 그렇습니다.
공개시장 조작은 당연히 시장의 미세조정을 위한 것이고 시장에서 소화될 수 없는 양을 FRB가 들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공개시장조작정책의 의도와 구조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M3 이후의 통화지표들은 유동성이 상당히 떨어지게 되는 금융기관 자산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통화량 대비 본원통화의 양이 적다고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1. 세일러 스스로 제시한 모델을 세일러는 스스로 무너뜨리며 제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세일러는 중앙은행이 적자를 내는 것이 바로 스스로 제시한 대출을 통해서만 통화를 공급한다는 전제를 또 무너뜨리는 것을 다시한번 모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2. 세일러가 제시한 모델의 최대변수는 역시 본원통화공급량이 됩니다. 그 양이 적다면 적을 수록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레버리지를 사용했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는 1900년대 초중반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원통화량이 적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 제시한 모델 자체의 전제조건을 세일러 스스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두가지는 세일러 자신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말해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관계로 세일러가 읽어본 논문이나 교과서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세일러의 글은 기존의 제 경제학에 대한 이해로는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세일러님과 아고라 전체를 제가 포기하도록 만든 이유를 설명하는 글입니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