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398287 | 2008.11.21 IP 221.1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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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공대출신이라 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막연한 두려움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미네르바님을 비롯한 경방 고수님들 글을 탐독하면서 많은 걸 알게 되고 느끼게 돼서

짧은 생각이나마 정보의 재생산에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봅니다.

 

 경제학에서와 마찬가지로 공학에서도 현상에 대한 모델링을 통해서 설명과 예측을 합니다. 현상의 변화를 관찰해서 변수를 선정하고 함수화해서 이론을 정립합니다. 그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도하고 설계도 합니다. 하지만 설계 시에 안전율이란 걸 적용하지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을 수도 있고 선언적인 모델링이 개별적인 현상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안전율 곱해서 더 튼튼하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100년 동안의 강우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방을 만들어도 100년만에 처음오는 기록적인 강수량으로 제방이 무너져버립니다. '타코마 브리지'라는 다리는 산들바람에 공진현상으로 철골과 콘크리트로 된 다리가 엿가락처럼 휘청이다가 끊어져버렸죠.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안정적인 공학에서도 이러한데 경제학에서는 어떨까요? 수요와 공급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실상 그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이라는 변수를 선언적인 함수에 집어넣고 예측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개별적인 현상에 대해서 여러가지 전제를 한 상태에서 전형적인 예측은 가능하겠지요. 하지면 현실에서 개별적인 현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60억 인구가 서로의 수요와 공급축이 되어 엮여있지요. 그리고 경제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합리적 소비자"라는 전제, 이 전제를 통해 사람은 변수가 될 수 있었지만 합리적 소비자라는 것은 가상일 뿐 실재로 존재하지는 않지요. 그래서 비합리적 소비자의 행태에 대해서 연구한들 그것 또한 함수화 되면 이러이러하다라고 선언되는 순간 그것은 실재와는 동떨어지게 됩니다. 모니터도 2차원 평면 책도 평면입니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함수 그래프는 X와 Y축으로 이루어진 평면에 어떠한 "지향"을 갖는 선으로 표현됩니다. 여기에 변수가 더 필요해서 Z축을 추가 했다고 합시다. 선이 모니터 속으로 향하든 나오든 하겠지요. 일단 눈에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 지향성을 어떻게 판단해야할까요? 변수가 더 필요합니다. 4차원, 아예 인식할 수가 없습니다. 5차원, 6차원, 결국 60억 차원의 함수. 60억개 변수의 상관관계를 반영하는 함수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걸 만들어서 컴퓨터에 집어 넣으면 우리가 원하는 답을 줄까요?

 제가 경제학 전공이 아니니 경제학이 어떤 발전을 해왔고 현재 어떤 이론들로 현대 경제를 설명하고 예측하고 있는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선언적인 함수는 학문적으로 현상을 설명하는데 다소 도움을 줄수 있겠지만 현실 예측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 여러 고수분들이 얘기하셨 듯이 전방위적인 공부를 통해서 여러 추계들이 갖는 어떠한 지향성을 알아 볼 수 있는 "직관"을 기르는 것이 예측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방법일 것입니다. 통찰력, 영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직관"만이  선언적 함수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많은 변수들과 다양한 추계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마지막 퍼즐조각, "미래"라는 그림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직관이라는 것이 완벽하고 명확하기만한 것은 아니라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직관적으로 어떤 것이 떠오르거나 영감이 떠오를 때 그것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경험과 관찰, 쌓아온 지식들이 그것의 기반이 되었으리라 짐작할 뿐이지요. 우주를 꿰뚫어 보는 직관력을 가졌던 아인슈타인의 직관도 틀린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방정식이 팽창하는 우주를 내포하고 있었음에도 정적인 우주에 집착하던 아인슈타인은 억지로 우주항을 집어넣어서 방정식을 완성시킵니다. 하지만 허블의 관찰에 의해서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직관이 그부분에 있어서는 틀렸던 것이지요.

 하지만 뉴턴의 우주를 갈아치운 것도 아인슈타인의 직관이었고 우리사회에 "비합리적인 변수"가 끼어들었을 때 그것의 영향을 예측한 것도 미네르바님의 직관이었습니다. 계속해서 관찰하고 읽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직관의 기반을 단단하게 해줄 것입니다. 나라에서는 계속 전문인력, 전문가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그 전문가가 때로 얼마나 바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많이 봐오셨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페셜리스트임과 동시에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합니다. 현대인으로 산다는 건 참 부담이 점점 늘어나는 생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네트워크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단말에는 다양한 수준의 정보와 정보접근성을 지닌 개인들이 접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바보일 수도 있는 자기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입니다. 우리가 정보를 공유하고 재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는 엄청난 속도로 소통되고 재생산되어 축적됩니다. 네트워크에 접속된 우리 전체의 정보량과 정보접근성이 상향 평준화되는 것이지요. 정보는 다음 서버에 쌓이는 게 아닙니다. 네트워크 달말의 우리들 안에 쌓이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우리의 제너럴리스트로써의 기반, 우리의 직관의 기반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우리 모두가 우주론을 개혁하거나 경제학자가 될 것은 아니지만 이 복잡다단하고 혼탁한 사회안에서 각각의 개인이 통찰력을 지니고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는 굳이 설명드리지 안아도 아실 것입니다. 인간 지성의 진수는 연산력이나 기억력이 아닙니다. 직관과 통찰력, 통찰력을 지닌 국민이 많아지면 나라도 나아지겠지요. 아직 형식적 민주주의까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니 직관의 날을 세우고 기다리면 희망을 볼 날도 오겠지요.

당장은 살아가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관찰하고 공부하고 나누는 것을 멈추치는 마십시요.

 

아직 네트워크의 힘은 과소평가되어 있습니다. 공부합시다!

Posted by kev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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