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454036 | 2008.12.19 IP 125.1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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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환율이 한 달 반 만에 1300원선을 깨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분들이나 해외의 가족에게 다달이 송금을 해야 하는 분들은 어떡해야 하나 고민되실 듯도 합니다.

 

조금 더 떨어지면 분할매수에 나서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제가 이렇게 권해드리는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예측은 신의 영역이고, 인간은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해 대처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예측해보긴 합니다. 제가 어떻게 예측하는지는 이전에 쓴 제 글들에 다 나와있습니다. 오늘 같이 올린 달러 강세의 이치에도 나와 있습니다. 어제 beyond님이 올려주신 달러와 환율에 대해에서 소개된 신문기사의 논리도 저는 맞다고 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453317&pageIndex=2&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RIGHT_DEBATE=R0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점투성이 인간이 섣부르게 시도해보는 예측이라는 것이 100% 확실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판단을 내려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예측이 틀릴 수 있다고 전제하고, 지금 시점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제가 일전에 중요한 미팅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로 이동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늦을 거 같아서 상당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미팅이었고, 늦게 되면 상당히 체면이 손상되고 향후 관계에도 타격이 옵니다.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면 시간 내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걱정되는 것은 택시를 못 잡는 일이 생기게 되면 조금 늦는 정도가 아니라 결정적으로 늦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중간에 내렸을 경우 택시를 못 잡게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가능성이 10%나 될까요?

 

하지만 저는 결국 그냥 지하철로 가기로 했습니다. 가능성은 10% 밖에 안되지만 만에 하나 그 일이 발생해서 결정적으로 늦게 된다면 그때는 체면 손상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 자체를 그르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10%의 가능성 밖에 안되는 일이 발생할까 두려워서 100% 확실하게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이건 일종의 보험과 같은 원리라고 봅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을 지금 시점에서 환율에 적용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율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이 경제 위기라는 사실에는 동의가 된다면, 수입업체라면 환헷지를, 다달이 가족에게 송금이 필요한 분들은 미리 달러 매수를 해두시는 것이 어떨까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모두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냅니다. 보험료를 냈다고 해서 차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타게 되기를 기대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평생 차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보험료는 그냥 날리는 비용이지만, 대신 한평생 차 사고 없이 건강하게 살았다면 대만족입니다.

 

지금 1200원대 중반에 달러를 사 놓았다가 나중에 환차손을 입는다면, 어떨까요?

 

1200원대 중반에 사 놓은 달러가 환차손을 입게 된다는 말은, 앞으로 환율이 지속적으로 안정되게 1200원대 아래에서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한국 경제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큰 탈 없이 살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덩실덩실 춤을 출 만큼 기쁜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경제가 살게 되니 이제 열심히 일해서 돈은 새로 벌면 됩니다. 환차손 조금 발생한 것은 기쁘게 보험료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저의 생각에 동의가 되신다면 분할 매수에 나서기를 권해드립니다.

 

지금은 달러가 내리는 추세이니 누가 환투기라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달러를 매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 대신 각 가계들이 예금통장에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이라고.

 

원래 나라에서 비축하는 외환보유고에는 환차손도 생기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에서 외환보유고 쌓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업이든 가족송금이든 달러가 필요한 분들은 외환보유고를 쌓는다는 기분으로 매수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제 생각에,

 

지금 시기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기본자원(그게 무엇이고 어느 정도이건 간에) '보존'한다는 개념이 우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닥을 잡아서 고수익을 내겠다, 바닥을 잡아서 그동안 입은 큰 손실을 만회하겠다, 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기본자원을 보존하고, 내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내 가족이 건강한 상태로 이 위기를 견뎌낼 수 있으면,

 

그럼 그 다음에 얼마든지 좋은 날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사업이든, 가계의 운용이든 방어적으로 하시고, 보다 좋은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여러 가지 경제지표가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을 보면서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추신:

 

분할 매수를 말씀드리는 것은 정확히 언제쯤이 바닥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분할해서 여러 번에 나누어 매입함으로써 매입 평균가를 낮추자는 것입니다. 정확히 언제까지 환율이 떨어질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연말까지는 하락 흐름이 갈 듯 한데, 연말 이후에 어찌될 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주식시장의 반등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이를 따라갈 듯도 하고

 

예측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므로 정확하게 예측하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여러 번에 나누어 분할 매수 함으로써 평균 정도는 쫓아가겠다는 기분으로 움직이시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윗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섣부른 환차익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아예 접으시고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보험료를 기꺼이 치르겠다, 는 개념으로 접근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오늘은 세 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Posted by kev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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