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은 왜 오르기만 했나?
- 세일러
안녕하세요? 제 글을 좋게 봐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에서는 환율과 외환 시장의 상황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줄기차게 오르기만 했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를 알려면 지금 우리 외환시장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인 것을 전제로 한 얘기는 모두 적용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당국에서는 10월, 11월에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해왔는데요,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이거나 거짓말이었다고 봅니다.
모든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외환시장에서 환율도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현재 우리 나라 외환시장은 이 수요와 공급이 꼬일 대로 꼬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않으면 현재 외환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먼저 외환시장의 공급 측면, 즉 달러의 공급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앞 글에서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둘러싼 시장의 여러 움직임을 설명했는데요, 이걸 먼저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 구조는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여러 현상들을 이해할 때 기초가 됩니다. 그래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먼저 선물환 문제를 설명했던 것입니다.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신 분은 지금 다시 앞 글을 한 번 더 보시고 충분히 이해하시면 지금 이 글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림을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1년 뒤에는...
이 그림에서 이번에 주목하실 부분은 조선업체가 선물환을 매도하면 지금 당장(1년 뒤가 아니라) 외환 현물 시장에 달러가 공급된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1년 뒤에 조선업체가 실제로 외국선사로부터 달러를 받게 되었을 때는 그 달러는 외국은행에서 차입해온 외채를 갚느라 바로 외국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에 국내 외환 현물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지 않습니다.
이해가 되시는지요?
현재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누적금액은 938억달러입니다. 그럼 앞으로 이 938억달러 만큼은 외국으로부터 우리 수출기업들 손에 들어오게 되더라도 그 달러는 외환 현물 시장에 공급이 되지 않습니다.
이 938억달러는 대략 앞으로 2년 정도(최장 3년 반까지도 가는데, 큰 금액들은 대략 2년 정도 안에 대부분 들어오리라 봅니다)의 기간에 걸쳐서 들어올 돈인데요, 그럼 앞으로 2년 동안은 계산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나도 실제로 외환시장에는 달러가 공급되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이 손익계산서 상으로는 흑자가 나도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일 수 있는데, 그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수출기업들은 단지 선물환을 매도했을 뿐이고 실제로 수출대금인 달러는 나중에 들어오는 것이지만, 선물환 매도의 시장 구조상 나중에 들어올 달러를 미리 팔아버린 효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다음은 지난 7년간 우리나라 경상수지를 정리한 표입니다.
이 표를 보시면 매년 경상수지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그 규모를 보면 938억달러라는 금액이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해 동안의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외환시장에 추가로 공급될 수 있는 달러가 60억달러에서 최대 280억달러 정도인데 앞으로 2년 동안은 938억달러의 금액이 공급에서 빠지는 것이니 공급 측면에서 달러가 얼마나 부족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지난 몇 년간의 환율 하락이 지나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의 환율하락은 경상수지 흑자 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선물환 매도로 인해 나중에 들어올 외화 938억달러가 외환시장에 미리 초과공급되었기 때문에 과도한 하락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한 쪽 방향으로의 쏠림은 적정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고 항상 과열로 치닫게 되나 봅니다.
요새 언론기사를 보면 수출업체들이 수출대금을 받고도 달러를 쌓아놓기만 하고 풀지를 않는다는 비난성 기사가 보이는데, 이는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기사입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의 경우 시장이 불안하니 쌓아놓고 풀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그 보다는 풀고 싶어도 풀 달러가 자기 수중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리 선물환 매도를 해놓았기 때문에 수출대금을 받자 마자 은행으로 가져가야 하고, 은행은 해외로 상환해야 합니다.
즉 현재의 외환시장은 공급 측면에서 달러의 공급이 씨가 마른 상태입니다.
최근 우리 외환시장의 거래량은 극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원래 하루 80억달러 이상은 되던 거래량이 20억달러까지로 줄어들었습니다.
시장의 거래량은 가격보다 정직한 것입니다.
외환시장의 거래량은 현재의 환율 상승이 투기세력 때문이 아니라 공급이 극심하게 부족하기 때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렇게 거래량이 줄어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달러를 사들이는 투기세력이 있다고 했었는데요, 최근 시점에 부합한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국내기업들이 달러를 미리 사놓은 정황들이 좀 보이긴 합니다만, 이게 투기목적이라 해도 벌써 옛날에 다 사들였지 최근의 환율 급등이 투기세력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현재 우리 외환시장의 거래량이라면 투기세력이 마음먹고 개입하면 얼마든지 환율을 더 폭등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불안합니다.
하여튼 다시 현재의 외환시장 상황으로 돌아가서 보면, 공급 측면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 부분을 명확히 인식치 못하면 이제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으니 앞으로 환율이 진정될 것이라는 잘못된 낙관론에 빠지게 됩니다.
반대로 이 외환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출발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당국과 국내 언론의 동향을 보면 초기에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정부당국에서는 3월달에 크나큰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반면 외국의 투기세력과 언론들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이 국내와 해외의 시각이 서로 극과 극을 달렸던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작용했다고 봅니다. 9월, 10월에 한국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던 정부당국과 국내 언론이 이제는 해외 언론을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지요.
오늘은 외환시장의 공급 측면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고, 외환 시장의 수요 측면에 대해서는 나중에 쓰겠습니다. 앞서 정부당국이 3월에 큰 실책을 저질렀다고 썼는데요, 외환시장의 수요 측면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다음 글에서 쓰겠습니다.
추신:
현재 주식시장의 상황은 단기적인 반등을 주는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어마켓 랠리이긴 하지만 꽤 갈 듯도 합니다. 저점 대비 50%까지의 반등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보는데요, 이런 제 생각이 맞는다면 환율도 당분간은 안정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예측이니 책임 못집니다 ^^ )
그런데 제가 이 글에서 설명드린 부분, 외환시장의 공급측면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부분은 앞으로 2년 내내 영향을 미칠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고 나면 이 부분이 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고 봅니다.
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투기세력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데,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고 나서 이들이 준동하지나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됩니다.
이상입니다.